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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불치병 아닌 관리하는 병… 개인 맞춤형 치료로 발전”
2026.05.27
“폐암은 여전히 치료하기 어려운 암 중 하나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 활발하게 치료제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암이기도 하다.”
조병철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연세암병원 폐암센터)는 최근 폐암 치료 흐름을 이렇게 설명했다. 과거에는 말기 폐암 진단 자체가 사실상 생존의 한계를 의미했다면 최근에는 유전자 변이를 기반으로 한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 항체약물접합체(ADC), 이중항체 등 다양한 신약이 등장하면서 치료 패러다임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특히 비소세포폐암에서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변이를 중심으로 한 정밀의학이 본격화되면서 일부 환자는 장기간 치료를 이어가며 관리하는 단계까지 진입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벽은 존재한다. 치료 초기에는 항암제에 효과를 보이던 암세포가 시간이 지나며 새로운 돌연변이를 만들고 결국 약제 내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단일 내성이 아니라 여러 내성 기전이 동시에 나타나는 ‘복합 내성’까지 증가하면서 폐암 치료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제약사와 연구진은 기존 3세대 EGFR 표적항암제 이후 나타나는 내성을 극복하기 위한 4세대 EGFR 표적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 교수는 국내 바이오기업 제이인츠바이오가 개발 중인 4세대 EGFR 표적치료제 ‘JIN-A02’의 임상 시험 총괄 자문을 맡고 있다. 조 교수를 만나 폐암 내성과 최신 치료법에 관해 자세히 물었다.
―최근 국내 폐암 진료 현장에서 가장 크게 체감하는 변화는 무엇인가.
“과거와 비교하면 폐암 치료는 정밀의학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조직형 중심으로 치료 방향을 결정했다면 지금은 진단 직후부터 다양한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고 환자별 맞춤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이 일상적인 진료가 됐다. 특히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기반 유전체 검사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단순히 특정 돌연변이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종양 전체의 분자생물학적 특성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치료가 발전하고 있다. 또 하나 특징적인 변화는 비흡연자 폐암 환자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동양인 여성 폐선암 환자에게서는 EGFR 변이가 매우 흔하게 발견된다.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젊은 환자도 많아졌다.”
―폐암 치료를 가장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무엇인가.
“폐암은 여전히 전 세계 암 사망률 1위 질환이다. 가장 큰 이유는 상당수 환자가 이미 진행성 또는 전이성 단계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폐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아 조기 발견 자체가 쉽지 않다. 또 하나 큰 문제는 암세포가 굉장히 빠르게 변한다. 처음에는 표적치료제에 잘 반응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암세포가 새로운 돌연변이를 만들고 결국 내성이 발생하게 된다. 최근에는 단순히 하나의 내성 기전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여러 내성 기전이 동시에 존재하는 복합 내성이 심각한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폐암은 뇌 전이도 흔하다. 따라서 약물이 중추신경계까지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지가 치료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친다. 결국 폐암 치료의 핵심은 내성을 얼마나 늦출 수 있는지, 또 내성이 생겼을 때 다음 치료 전략을 어떻게 이어갈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EGFR 변이 폐암은 왜 중요한 치료 영역으로 꼽히나.
“EGFR 변이는 폐암 세포의 성장과 증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 이상이다. 특히 동양인 비흡연 여성 폐 선암 환자에서 매우 흔하게 발견된다. 대표적으로 ‘Exon 19 deletion’과 ‘L858R’ 변이가 잘 알려져 있다. 이 환자들은 EGFR 표적치료제에 초기 반응이 매우 좋은 경우가 많다. 실제로 과거 항암 화학요법만 가능했던 시기와 비교하면 치료 성적이 크게 좋아졌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내성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여러 내성 기전이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EGFR 변이 폐암 치료는 단순히 첫 번째 약제를 잘 쓰는 문제가 아니라 이후 어떤 내성이 생길지를 예측하고 다음 치료를 준비하는 과정까지 포함한다.”
―최근 폐암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치료 전략은 무엇인가.
“현재 폐암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결국 내성 극복이다. 최근에는 치료 초기부터 내성 발생을 늦추기 위한 전략 연구가 활발하다. 대표적으로 MET 억제제 병용, ADC 병용, EGFR-MET 이중항체 전략 등이 중요한 흐름으로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는 단독 요법보다 다양한 병용 전략 중심으로 치료가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표적치료제와 ADC, 이중항체, 면역항암제를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한 시대가 되고 있다. 또 인공지능(AI) 기반 바이오마커 분석과 액체 생체검사 기술이 발전하면서 혈액 기반으로 내성 변이를 추적하고 환자별 내성 패턴과 치료 반응을 더 정교하게 예측하려는 시도도 활발해지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4세대 EGFR 표적치료제는 무엇을 목표로 하나.
“4세대 EGFR 표적치료제의 핵심 목표는 기존 3세대 EGFR-TKI 이후 발생하는 내성을 극복하는 것이다. 특히 대표적인 내성 변이인 C797S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면서 정상 세포 독성은 줄이고 뇌 전이까지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방향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더 강한 약을 만드는 개념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피부 독성이나 위장관 부작용은 줄이면서 돌연변이 EGFR만 더 정밀하게 표적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임상 시험 총괄 자문을 맡은 JIN-A02 임상은 어떤 의미를 갖나.
“JIN-A02는 3세대 EGFR-TKI 치료 이후 발생하는 대표적인 내성 변이인 C797S를 표적으로 개발된 4세대 EGFR-TKI다. 현재 EGFR 돌연변이를 가진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기존 EGFR-TKI 치료 이후 질병이 진행한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기존 치료 이후 선택지가 거의 없는 환자군에서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을지를 평가하고 있다. 현재까지 초기 임상 결과에서는 낮은 용량에서도 의미 있는 종양 감소가 관찰됐고 일부 환자에게서는 뇌 병변 감소 사례도 확인됐다. 심각한 심장 독성이나 혈액학적 독성이 관찰되지 않았다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또한 희귀 EGFR 변이에 대해서도 효과가 확인됐다. 다만 향후 2상 연구에서 재현성과 임상적 의미를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앞으로 폐암 치료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나.
“앞으로 폐암 치료는 점점 더 정밀하고 개인 맞춤형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같은 폐암이라도 환자마다 유전자 변이와 내성 구조가 모두 다르다. 결국 개별 환자의 분자생물학적 특성과 내성 구조를 기반으로 치료 전략을 설계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폐암 치료 환경이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선택지가 거의 없었던 환자도 지금은 유전자 검사 기반으로 다양한 치료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됐고 실제로 장기간 치료를 이어가는 환자도 늘고 있다.”
―마지막으로 폐암 환자와 보호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암 환자가 된다는 것은 단순한 질병 치료를 넘어 삶 전체가 흔들리는 경험일 수 있다. 특히 폐암은 치료 과정이 길고 재발과 내성이라는 문제를 반복해서 마주해야 하므로 환자와 보호자 모두 큰 정신적·육체적 부담을 겪게 된다. 폐암은 여전히 어려운 암이지만 동시에 가장 빠르게 치료가 발전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지금도 전 세계 연구자와 의료진, 제약사들이 더 좋은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치료를 너무 두렵게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 임상시험 역시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치료 과정 중 하나로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하면서 본인에게 맞는 치료 기회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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